하늘은 오늘따라 눈이 시리도록 맑다. 내리 붓는 햇살이 보송보송 자라난 보리밭에 흩어진다. 보리잎은 햇살의 온기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스치는 바람에 보리잎이 물결친다. 잔잔한 녹색의 파도다. 가슴 가득 초록물이 든다. 바람엔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날린다. 초록은 어린이들의 색이다. 때묻지 않은 점이 너무도 닮았다. 초록의 생명이 그래서 그들의 것이다. 생명력을 간직한 아이들은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너희들 뭐하니?" 친구들의 장난에 끼고 싶은 동네 예쁜이는 물끄러미 동무들을 바라보다 보리잎 하나를 따서 피리를 분다. '예린이,유진이,소라,명진이,효주….' 아이들의 뛰어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눈길이 더할 나위 없이 그윽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부임한 선생님.그에게 아이들은 대지를 헤집고 힘차게 돋아나는 새싹과 같은 존재다. 이들에게 자연친화교육은 군더더기다. 자연은 이미 아이들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학원농장.이곳에는 20만평의 보리밭이 펼쳐진다. 유채꽃 2만평,자운영 3만평 등도 어우러진다. 유채꽃은 5월이 되면 피어난다. 겨울을 이겨내고 대지를 뒤덮은 보리는 20일경이면 다 자란다. 그 때쯤이면 어른 무릎을 덮을 정도가 된다. 이곳에서 수확되는 보리는 40kg짜리 5천가마 분량에 달한다. 전국 최대 규모다. 보리 수확이 끝나면 메밀밭이 들어선다. 메밀꽃이 피어날 때면 이곳은 하얀색으로 탈바꿈한다. 학원농장에서는 5월9일까지 43일간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보리밭 샛길 걷기체험,보리음식먹기,추억의 보리방앗간,농특산품전시판매 행사 등과 함께 공휴일에는 농악놀이,청보리밭 사진공모전,창작무용 등이 곁들여진다. 고창은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 유명하다. 풍천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을 일컫는다. 인천강 하구의 풍천장어는 이처럼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자라 그 맛이 남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산 풍천장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때문에 독특한 양식법을 도입했다. 양식으로 키운 장어를 약 6개월 정도 갯벌에 풀어놓은 뒤 인공사료를 주지 않고 갯벌의 양분만으로 기르는 것.이같은 다이어트 과정을 거치면 장어는 지방질이 줄어들고 살이 단단해진다. 푸석푸석한 느낌이 없고 마치 잘 구운 돼지고기를 씹는 것 같다. 갯벌장어는 물량이 달려 용궁과 우진회관(063-563-0650) 두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고창=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여행수첩 ]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고창IC나 선운사IC에서 내려서면 된다. 서울 톨게이트에서 3백km가 채 안된다. 호남고속도로는 정읍IC,백양사IC,내장산IC 세곳중 한곳으로 나가면 국도를 통해 연결된다. 청보리밭은 고창군 아산면~무장면~무장여선종고를 거쳐 공음면으로 접어들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