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코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식당별 메뉴가 별반 다를 게 없는데다 맛 또한 대동소이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정갈하게 음식을 내놓는 한정식 집이라면 여느 맛집에서보다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법.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정식집 '종고산'이 그런 곳이다. 오픈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증권맨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여수에 있는 산이름을 딴 식당이라 그런지 전라도 색깔이 짙다. 나물은 기름을 둘러 볶은 것 보다 된장에 무친 게 많고,삼합에 멸치젓 맛이 강한 신김치를 사용하는 등 정통 전라도식이다. 식당은 아무래도 주인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싼 음식재료를 쓰고 대충대충 조리해서는 맛집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종고산의 주인 신미경씨(50)는 그런 면에서 앞선다. 해놓은 음식을 식은채로 절대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먼저 나가는 음식은 맛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삼합이 나중에 나오는 이유다. 아르바이트생을 두어 음식 나가는 순서까지 꼼꼼히 챙긴다. 한정식 코스에서 별로 인기를 못끄는 회도 맛나게 먹도록 해놓았다. 횟감은 2kg 이상 성어만 쓰는데 참기름을 두른 된장에 와사비를 함께 비벼서 회를 먹도록 권한다. 독특한 맛이 회맛을 살려준다. 연분홍색을 띤 돌산 갓 물김치는 입맛을 개운케 해준다. 퓨전식으로 만든 해물볶음은 전분을 덜 쓰고 칼칼한 맛을 가미했다. 삼합을 못먹는 사람을 위해 보쌈으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삼합의 김치는 멸치젓을 많이 써 3년간 묵힌 것이라고 한다. 맨 뒤에 나오는 누룽지를 전어속젓,돌산 갓김치 등과 곁들여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지는 느낌이다. 코스요리는 2만5천원,3만5천원,5만원,7만3천원,9만5천원짜리가 있다. 점심과 저녁 메뉴는 값은 같지만 저녁상이 더 풍성하다. 평일에는 모임 약속이 많아 거의 만석이다. 연중 무휴.(02)783-3977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