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가까운 일본의 섬이다. 대개 부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사람들이 유독 많이 찾는 이유다.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은 대마도 길이 좀 불편했다. 비행기를 타면 후쿠오카나 나가사키로 돌아가야 하고 늦은 밤 새마을호 열차에 올라 부산으로 내려가도 배가 출발할 때까지 새벽 서너시간을 그냥 허비해야 했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사정이 바뀌었다. 밤새 편히 자고 오전 6시 출발 고속철을 타면 부산까지 2시간40분에,대마도행 배편까지 그대로 연결되는 시절이 된 것. 일본 속의 한국역사 탐방에 더해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대마도를 떠올리는 여행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마도 여행길의 첫째 주제는 한국역사 탐방이다. 대마도는 대륙의 선진문화 흡수 창구이며 조선통신사 행렬의 첫 기착지이기도 해 한반도와 관련된 흔적이 많다. 상대마의 히다카쓰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와니우라 한국전망대가 나온다. 화창한 날 맨눈으로 부산을 볼 수 있다. 로밍 서비스를 받지 않은 한국의 휴대폰이 터지는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 뒷산은 이름이 고려산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말해준다. 전망대에서 15분쯤 떨어진 곳에 조선역관 위령비가 서 있다. 1703년 1백8명의 조선 역관을 태운 배가 와니우라 포구를 목전에 두고 조난당해 전원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위령비는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991년 세운 것. 인공 해협으로 나뉜 상·하 대마도를 잇는 만세키다리 건너의 하대마 이즈하라에 한국 관련 흔적이 더 많다. 이즈하라항 인근 백제의 스님이 세웠다는 사찰 스이젠지에는 통일신라시대 금동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이곳의 옥사에서 명을 달리한 면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도 자리해 있다. 스이젠지에서 시내를 가로질러 올라가면 향토자료관내에 복원된 고려문을 볼 수 있다. 옛 이즈하라의 성문으로 대마도주가 조선통신사 행렬을 맞이하던 문이라고 한다. 통신사 행렬이 지났던 길도 남아 있다. 대마역사민속자료관에는 17m 길이의 통신사 행렬 두루마리 그림,한반도 관련 토기와 불상 등이 소장되어 있다.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반쇼인이란 사찰이 나온다. 역대 대마도주들의 묘석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조선 국왕이 하사한 삼구족화병 촛대 향로 등과 한반도에서 건너간 고문서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대마도는 짧은 자연체험 여행지로도 괜찮다. 미우다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수욕장이 한여름 해변피서지로 손꼽힌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