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경영자(CEO) 들이 받는 보수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CEO들에게 대박을 안겨줬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은 준 반면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급과 보너스가 늘고 장기적으로 경영 성과가 좋을 경우 주기로 한 주식 인센티브도 증가했다. 지난해 리처드 그라소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에 대한 과도한 보수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주주들의 감시가 강화된 탓이다. 클라크 컨설팅의 보수 전문기구인 펄 메이어 앤드 파트너스가 미국 2백대 기업 CEO들이 지난해 받은 급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보수는 9백20만달러로 2002년보다 8%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스톡옵션을 제외한 다른 보수는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조사대상 2백명 중 2년 동안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1백80명이 지난해 집으로 가져간 현금 보수(기본급 및 보너스)는 3백만달러로 전년 대비 14.4% 늘었다. 이들 회사의 투자수익률 34%보다는 낮지만 근로자들의 급여 증가율 2%보다는 훨씬 높은 인상률이다. 특히 이들이 경영성과 호전 등을 전제로 주식 등으로 받은 인센티브는 2백90만달러로 2002년보다 무려 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을 빼고 현금 보수와 성과 연동형 보수를 합할 경우 평균 5백90만달러로 전년의 4백80만달러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CEO에게 2002년보다 스톡옵션을 더 줬다고 답한 기업은 10%에 불과했고 현금을 많이 줬다고 답한 기업은 3분의 2 이상이었다. 조사를 실시한 펄 메이어 앤드 파트너스의 펄 메이어 회장은 "CEO 급여 체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스톡옵션을 없애거나 줄이는 대신 경영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이다. 통신 회사인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는 향후 3년간 동업종 기업들의 절반보다 경영성과가 좋을 경우 인센티브로 주식을 지급키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톡옵션을 아예 없애버렸고 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성과 연동형 급여 시스템을 적용받기로 했다. 버라이존의 로버트 투히 부사장은 "주주들은 우리가 다른 기업과 경쟁을 잘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려 한다"며 "그런 욕구가 좀더 분명한 성과연동형 보수 체계를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알트리샤 그룹(전 필립 모리스)의 루이스 카밀레리 CEO는 전년보다 무려 배나 많은 2천3백90만달러의 보수를 받는 등 보수가 급증한 CEO들도 많았다. 또 많은 CEO들에게 고용 창출은 제1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회장은 지난해까지 2만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3개년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은 전년보다 1백% 가까이 증가한 2천8백10만달러의 보수를 챙겼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