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국의 산 만한 곳이 없습니다."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부 장관이 5일 서울 북한산을 찾아 '산중한담(山中閑談)'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나이미 장관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려 원유 생산량을 하루 1백만배럴씩 감산키로 결정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 직후 곧바로 방한,북한산부터 찾았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북한산의 경치는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나이미 장관은 지난 91년 이후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등반에 나서고 있다.


북한산 등 서울 인근의 산을 주로 등반하지만 간간이 설악산 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의 산은 계절 변화가 뚜렷해 아름답다는 게 나이미 장관의 설명.


이번 산행에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이 동행했다.


반 장관은 지난 2월 대통령 중동특사 자격으로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를 순방하는 자리에서 나이미 장관을 만났으며 "한국의 산이 좋다"는 그의 덕담에 곧바로 산행 안내를 자처했다는 것.


김 회장은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91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업체인 아람코사의 총재이던 나이미 장관과 4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며 인연을 맺었다.


나이미 장관이 95년 석유광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교류를 지속해와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동국가들의 원유수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석유자원을 확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나이미 장관의 방한은 OPEC의 감산조치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져 세계 석유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OPEC 생산량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무부처 장관이 OPEC 각료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을 찾은 만큼 안정적인 원유도입선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민관합동 '자원외교'가 빛을 발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