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충남 예산 땅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던 B씨는 지난 3월 중순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했다. 각각 주인이 다른 두필지 땅인데 두필지를 한꺼번에 사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땅이었다. 1개 필지는 관리지역(5천평)이었고 다른 1개 필지는 농림지역(1천평)이었다. 관리지역 땅은 도로가에 붙은 땅이었고 농림지역 땅은 그 땅에 붙은 맹지(盲地)였다. 도로가의 땅주인이 내놓은 매도 희망가격은 평당 12만원. 이 땅을 본 순간 B씨는 관리지역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 맹지는 가만히 있어도 굴러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입로가 없는 맹지는 앞 땅이 없으면 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지를 뺀 관리지역 땅만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매도인측은 완강했다. 두 필지를 한꺼번에 사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B씨는 작전상 계약을 포기하고 중개업소를 나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안달이 난 매도인측이 황급히 B씨를 붙잡았다. 도로가에 붙은 땅만이라도 팔겠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한 B씨는 느긋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의 예상은 며칠 지나지 않아 맞아떨어졌다. 맹지 땅의 주인이 자신의 땅도 싸게 사라고 제안을 해온 것이다. 맹지땅 주인은 처음엔 평당 8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B씨가 이를 거절하자 가격은 평당 5만원까지 내려갔다. B씨는 그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관리지역 땅에 맹지를 합치니 땅 모양이 아주 좋아졌다. 뒤쪽이 푹 들어간 모양이었는데 반듯한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매매를 중개한 중개업소는 당장 내놔도 평당 14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맹지 땅 주인은 자신의 땅값을 더받기 위해 앞땅 주인을 설득해 동시 매각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진입로가 없는 맹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길이 없는 땅을 살 사람은 없다. 이런 약점을 파악하고 있으면 맹지를 아주 싸게 살 수 있다. 도움말 임달호 현도플래닝 대표 (02)2009-3622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