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보자." 1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코오롱그룹이 신규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영위하고 있던 섬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외에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은 유기EL 등 전자사업 화장품 약국 등 웰빙 관련 소비재 유통업 건강서비스 사업 등. 심지어 중국서 가전 제품을 수입해 코오롱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가전 유통업에도 나선다는 구상까지 구체화시키고 있다. 코오롱 인터내셔널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생산한 DVD플레이어를 국내에 들여다 판매하는 가전 유통업에 진출키로 했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국내에서 시장성,가격적정성,품질 등을 테스트한 뒤 수출까지 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또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보안장비에 코오롱 브랜드를 부착해 판매하는 사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코오롱 FNC코오롱 코오롱웰케어 등도 '웰니스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화장품,건강서비스,약국,웰빙 관련 소비재 유통 등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오롱은 네오뷰코오롱을 설립,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EL사업에도 진출했다. 코오롱그룹이 '돈 되는 건 다 해보겠다'는 식의 전략을 세운 것은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 코오롱은 섬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며 지난 10년간 4조3천억∼4조4천억대의 변화없는 매출 규모를 유지해왔다. 특히 외환위기 전까지 30여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구조조정 과정에서 17개까지 줄인 것도 '외형 위축'의 원인이 됐다. 게다가 그룹의 모기업인 ㈜코오롱이 지난해 6백83억원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에 '변해야 산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신규 사업이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남들이 잘 된다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벤처 등 붐이 일 때마다 관련 사업에 손을 댔지만 결국 실패했던 경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내부 구조조정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태환 코오롱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각 계열사를 통해 발표된 신규사업은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으며 4월 중에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를 구조조정 과정으로 본다면 올해는 기존 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턴어라운드(업종 전환)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