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치러질 총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충되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지원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고용인력을 줄이는 생력화(省力化) 투자에도 세금 지원을 늘리는 등 모순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 지방분권화를 추진한다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세 감면혜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세제(稅制)를 단순화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각종 조세감면을 확대하는 등 정책방향을 헷갈리게 하는 '총선용 정책'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정부가 앞장서 선언해 놓고도 경기부양에 속도를 더 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가 경제정책에 스며들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어서 향후 경제운용에 적지 않은 왜곡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고용과 감원에 모두 세제 지원 정부는 지난 1월 기업이 고용인력을 한 명 늘릴 때마다 최고 1백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고용창출형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때보다 채용인력을 늘릴 경우 법인세 등을 최고 50%까지 추가로 감면해 주는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지난해 일자리가 3만개나 줄어드는 등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내놓은 '응급 처방'이다. 그러나 정부는 광고 및 보육시설 분야의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고용을 줄이는 생산성 향상투자와 자동화 투자에 내년부터 세액을 공제(5%)해 준다는 조치도 동시에 내놓았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에 '생산성 향상보다는 사람을 더 뽑으라'고 독려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노동인력을 줄일 수 있는 생산성 투자를 하라'고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 지방분권화와 지방세 감면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방분권화를 핵심 정책목표로 내걸고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지방세 감면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서비스업체에 대해 취득ㆍ등록세 면제 및 재산ㆍ종토세 50% 감면 등 지방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지난달 발표한게 대표적인 예다. 고용창출형 창업기업에 대해서도 지방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한 지방재정 확충 정책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의 핵심인 지방세가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중앙정부의 정책수단으로 휘둘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 세제 단순화와 조세감면 확대 정부는 작년 말 시한이 종료된 79개 조세감면 조치들중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과 관련된 분야를 제외한 특례규정들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아파트 용역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면제 혜택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했고 택시기사 등 운송노동자들의 유류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하는 등 세제단순화에 역행하는 세제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실물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장담하면서도 승용차 등 특별소비세 한시적 인하조치 등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월 중 산업활동동향 등 실물경기 지표를 토대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으나 정부는 지난 3월까지 약 50조원의 예산(전년 동기 대비 6조원 증가)을 지출하는 등 재정집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