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코스닥기업의 정리매매가 소액주주간 "폭탄 돌리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리매매란 퇴출을 앞둔 기업에 주어지는 마지막 매매기회로 평소와는 달리 가격제한폭이 없어 주가가 급락하는게 일반적이다. 정리매매가 끝난 기업은 곧바로 퇴출돼 환금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심한 경우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리매매 기간에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 주의가 요망된다.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선고를 받은 엔플렉스가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25일 정리매매가 시작되자마자 1천39만주가 거래됐다. 정리매매 직전(1백45만주)보다 거래량이 7배 급증했다. 정리매매 첫날 거래대금도 1억5천5백만원을 기록,직전 거래대금(1억2백만원)보다 52% 증가했다. 피코소프트의 경우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물론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3월26일에는 직전 종가(4백95원)보다 91.92% 폭락한 4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달 2일에는 주가가 65원으로 반등했다.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회사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호재로 작용한 결과였다. 5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정리매매가 진행 중이거나 예고된 기업은 1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엔플렉스나 피코소프트와 유사한 거래패턴을 보였다. 이와 관련,증권업계는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싼 값에 주식을 산뒤 주가가 오를 때 되팔려는 '단타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 피코소프트 주식을 정리매매 첫날 산 투자자들은 현재 62%의 평가익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장외에서 경영이 정상화되면 기업가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이같은 매매를 부추기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여기다 퇴출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이상 매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인투스테크놀러지가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퇴출 감사의견 번복을 이끌어내 퇴출을 모면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정리매매 기간에 시세차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엔플렉스의 경우 정리매매 마지막날 종가가 정리매매 직전보다 80% 폭락했다. 또 퇴출후 경영 정상화나 퇴출 결정 번복을 기대하는 것도 위험부담이 크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퇴출 기업 대다수가 대주주 횡령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를 겪었다"며 "단기간에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