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이르니 이제서야 비로소 좋은 시가 어떤 건지 알 것 같습니다." 한국 시단의 원로 신경림 시인(69)이 1956년 등단 이후 반세기 가까운 시세계를 결산한 '신경림 시전집'(창비,전2권)을 펴냈다. 73년 내놓은 첫시집 '농무'부터 최근작 '뿔'(2002)에 이르기까지 단행본 시집 9권에 실린 4백58편의 시를 담았다. 1권에는 '농무'에서 '길'까지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의 작품을,2권에는 '쓰러진 자의 꿈'에서 '뿔'까지 90년대 초반 이후의 작품과 장시집 '남한강'을 각각 수록했다. 신경림의 시세계는 '농무' 이후 몇 단계의 변화를 겪었지만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빼어난 서정성과 친숙한 가락은 여전히 그의 시를 특징짓는 중요한 키워드다. 과장 없는 소박함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도 민중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시인의 노력의 산물이다. "다시 읽어 보니 고치고 싶은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지나온 삶을 바로잡으려는 듯한 안간힘이 부질없어 그대로 두었지요." 시인은 '좋은 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기쁨과 감동을 주는 시"라면서 "시는 읽는 이에게 기쁨을 줘야 하며 감동은 실제 삶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시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외부 환경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시인들은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시적 감동은 시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성실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9권의 시집을 낸 것에 대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다. 동서고금의 훌륭한 시인들의 시도 몇 편의 좋은 시만을 기억할 뿐이며 시를 양으 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라 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