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급진 시아파에 대한 무력진압을 강행하고 자국민을 참혹하게 살해한 수니파에 대대적 보복공격을 가하는 등 이라크상황이 전쟁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군 수니파 시아파간의 '3각 유혈충돌'이 확산국면으로 치닫고,시아파내의 노선투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라크가 내전에 빠져들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군과 급진 시아파간의 유혈충돌이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6월말로 예정된 미군의 주권이양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고조되는 내전 가능성=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난 5일 라이벌 성직자를 살해한 혐의로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사드르를 추종하는 시아파 민병대와 미군 주도 연합군간의 교전으로 이라크인 52명,미군 8명,엘살바도르 병사 1명이 숨지는 유혈충돌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시아파의 10∼15%에 불과하면서도 반미감정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강경시아파를 온건파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군은 이와 함께 이날 아파치 등을 동원,시아파의 과격무장단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데 이어 지난주 팔루자에서 미국인 시신을 크게 훼손한 수니파에 대해서도 대대적 보복공격에 나섰다. 이날 교전으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유혈충돌은 6일에도 계속됐다. 저항세력과 싸우는 미군의 싸움터가 '이중전선'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군과 시아파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시아파 내에서도 온건·강경파가 대립하면서 이라크의 내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6월 말 주권이양 불투명=미군과 시아파,미군과 수니파,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충돌에 시아파 내 내분 갈등까지 겹치면서 이라크 상황은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이 약속한 오는 6월30일 이라크 주권이양이 일정대로 추진될지도 불투명해졌다. 미국으로선 시아파와의 관계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후세인에게 핍박받았던 시아파 전체로 반미정서가 확산되고,시아파간 분열이 심화된다면 미군의 주권이양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권이양을 늦추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주권 조기이양을 전제로 과도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각 종파가 강력히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주권이양은 당초 예정대로 확고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딜레마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미국이 급진시아파와의 유혈충돌 사태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도 이번주에 7백여명의 군인을 이라크 남부지역에 추가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