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스포츠 마케팅의 품격 고급화를 내걸고 나섰다.
단순히 SK라는 브랜드를 알리기보다는 마케팅의 눈높이를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높여 고부가가치 종목에 집중 지원키로 한 것.
SK가 부천SK축구단을 매각키로 한 대신 마케팅 역량을 골프대회 후원 쪽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프로축구단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시민구단화하는 추세인 데다 기업 소속 구단이 시민구단과 맞붙어 싸우는 모습은 승부를 떠나 결코 기업 홍보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 강성길 홍보상무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유럽에서는 승마와 골프를 광고 효과 1순위로 꼽는다"고 말했다.
SK가 골프대회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부터다.
골프 대중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유공인비테이셔널 여자골프 선수권대회'를 창설한 것.남자 프로골프대회는 이보다 1년 늦게 추진됐다.
97년 6월 SK텔레콤이 총상금 3억5천만원을 내걸고 국내 최대 규모의 남자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한 게 효시다.
2002년부터는 총상금 규모가 5억원으로 확대됐다.
미래 한국 골프계를 짊어질 주니어 골프선수의 발굴 및 육성이라는 취지 아래 초등학생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한 'SK텔레콤 꿈나무 골프대회'도 동시에 개최했다.
이러면서도 SK는 기존 스포츠 마케팅도 소홀히 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측면도 없진 않지만 홍보 효과 면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봐왔기 때문이다.
서울 SK나이츠 농구단의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다.
서울 SK나이츠 농구단은 97년 10월 진로농구단을 인수해 제10구단으로 창단됐다.
때마침 미국 프로농구인 NBA가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층의 농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SK는 이들을 주타깃으로 삼아 프로모션을 펼치고 동시에 팬으로 흡수,자연스럽게 SK텔레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SK㈜ 강 상무는 "공중파 중계방송 등을 통해 SK텔레콤의 각종 브랜드가 노출되는 광고 효과를 거뒀다"면서 "당시는 한국이동통신을 SK텔레콤으로 막 CI(기업 이미지)를 바꾼 때였는데 농구단이 사명을 알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SK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IT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데도 일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 50억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CDMA(다중접속 부호분할) 방식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의 앞선 기술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같은 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정보통신 분야 공식후원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를 통해 무선이동통신 서비스,무선인터넷 서비스,이동무선결제 서비스,IMT-2000 분야에서 독점적 마케팅을 펼쳐보일 수 있었다.
사회 공헌과 연계한 스포츠 마케팅도 눈에 띈다.
SK는 97년부터 시작된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를 2002년부터 후원해오고 있으며,같은 해 부산에서 개최된 '제8회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와 관련해 총 1억5천5백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인천 SK와이번스 야구단은 2003년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아동복지시설인 '서울 SOS 어린이마을'의 아동 50명과 함께 관람했다.
6차전에도 장애우 1백명을 초청,선수들의 사인볼과 경품을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해 훈훈한 정을 나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