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항만 하역노동자를 대표하는 항운노조가 어제 '무분규'를 선언하고 항만협회 해양수산부와 함께 노·사·정 평화합의서에 서명했다. 항운노조는 지난해 두차례의 메가톤급 화물연대파업을 주도하면서 일주일 이상씩 국가경제를 마비시킨 강성노조의 대명사란 점에서 이번 합의는 자못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는 항운노조가 이제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지난해처럼 투쟁일변도로 가다가는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는커녕 일자리조차 유지하기 어렵다는게 눈에 보이는 현실인 탓이다. "노사 분쟁과 갈등은 국가와 사측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큰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항운노조위원장의 말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두차례 파업 이후 세계 3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던 부산항은 서열이 5위로 떨어졌다.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발길도 크게 줄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64억달러로 재작년의 91억달러에 비해 30% 가량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노사분규를 피해 줄줄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화물연대 파업직후 "동북아 허브 기능을 잃은 부산항은 10년 후면 낚시꾼들의 놀이터가 될지 모른다"는 자조섞인 한탄이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지경이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노사관계는 더욱 험난할 것 같아 걱정이다. 총선으로 노동계의 제도 정치권 진입이 예상되는데다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정이 해결해야 할 굵직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이제 노동계는 '노사갈등은 결국 일자리만 앗아갈 뿐'이라는 항운노조의 절박한 현실인식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노사분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데는 정부의 원칙없는 인기영합적인 정책도 한몫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