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5일 개봉 '범죄의 재구성'..사기꾼들 브레인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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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작품이다.
한국 영화의 특징인 등장인물들의 '축축한' 감정에 기대지 않고 두뇌게임으로 범죄에 성공함으로써 얻는 '통쾌감'을 보여준다.
빈틈없이 짜여진 줄거리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관객들을 팽팽한 긴장 속으로 몰고 간다.
사기전과범 최창혁(박신양),사기꾼의 대부 김 선생(백윤식),떠버리 얼매(이문식)와 제비 김철수(박원상),위조기술자 휘발유(김상호) 등 5인조 사기단은 한국은행을 턴 뒤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극에 빠져든다.
영화적 시간과 공간은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다.
김 선생의 정부 서인경(염정아),사기단을 쫓는 차 형사(천호진),창혁의 형 창호(박신양 1인2역) 등이 사기단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꼬인다.
두 사기꾼이 도박꾼의 탐심을 역이용했던 '스팅'(1973)과 전문 도둑들의 금고털이를 다룬 '오션스 일레븐'을 합쳐 놓은 듯한 구성이다.
이 영화에서 사기는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다.
사기꾼들은 서로의 탐욕을 교묘하게 이용해 생존투쟁을 벌인다.
최후의 승자는 자신을 속이려는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할 줄 아는 자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영악한 만큼이나 인간미가 없다.
오로지 '파이'를 가장 많이 차지하기 위한 욕심에 지배될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는 차 형사다.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신조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범죄단의 '깃털'만 체포할 뿐 '몸통'에 대해서는 존재조차 모른다.
큰도둑에게는 속수무책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풍자하고 있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않고 관찰자 입장을 고수할 뿐이다.
'스팅'에선 복수를 사기행위의 동기로 내세웠고 '오션스 일레븐'은 미남 미녀들의 사랑을 겹쳐 놓음으로써 관객들을 범죄행각에 동참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은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생기발랄한 대사도 재미있다.
"김 선생 손 끊었잖아?" "나 수술해서 다시 붙였어."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이 딱 나온다. 시추에이션이 좋아."
15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