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바그다드함락(9일) 1년 만에 '제2의 전쟁' 양상으로 악화되면서 파병국들의 철군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재건지원 및 치안유지라는 본래의 파병 명분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연합군과 이라크 저항세력간의 교전이 치열해진 8일 카자흐스탄 정부는 철군을 요구하는 여론을 수용,이라크 주둔군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이날 우크라이나는 전투가 발생한 바그다드 남부 쿠트시에서 병력을 철수,다른 곳으로 이동배치했다. 우크라이나는 철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지만,병력이동은 궁극적으로 철군을 위한 준비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미국의 이라크주권 이양 전에는 철군계획이 없다"고 언급,오는 6월말 주권이양 후에는 철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51.2%)이 철군을 주장한 노르웨이도 이라크사태 악화로 조기 철군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철수방침을 밝힌 스페인과 온두라스에 이어 연합국들의 철군 도미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쟁 당사국들인 미국과 영국은 군대 증파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미·영에서도 철군론이 제기되고 있어 병력 증파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 여름 전투병의 추가 파견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5백39명의 의료 및 지원부대를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