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쇠고기는 광우병이랑 상관없는 걸까.''이 딸기는 농약을 얼마나 쳤을까.' 소비자들의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백화점,할인점들이 '농축산물 생산이력제'를 앞다투어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생산이력제란 구매한 농축산물의 질병 농약사용정도 등 재배 육성 과정과 생산자 연락처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유통 매장에 설치된 스크린이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광우병,조류독감 등으로 매출이 급락하는 홍역을 치른 유통업체들이 몇 개월의 준비 끝에 이 시스템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쇠고기 '우리얼한우'에 생산이력제를 처음 도입한 롯데백화점은 오는 6월 무농약, 유기농산물로 확대 적용한다. 또 10월에는 생산이력제를 적용하는 매장을 별도로 마련하고 소스, 양념류 등 수입 유기농 가공식품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는 이를 위해 생산이력제 관련 프로그램 제작과 기계를 외부 전문업체에 발주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7월 '품질인증 크린포크' 브랜드로 돼지고기 생산이력 관리에 들어간다. 현대는 장기적으로 농산물과 한우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도 7월께 한우와 돼지고기에 생산이력제 시스템을 개발 완료해 적용한다. 지난해 말 '하나로한우명품'에 생산이력제를 선보였던 농협하나로클럽은 올해 물량을 2배로 늘렸다. 농산물은 6월부터 토마토를 시작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유통업체들이 생산이력제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서울거주 주부 6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0%가 '생산이력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52.9%는 '가격이 5%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고 했으며, 21.1%는 '10% 이상 비싸도 구입하겠다'고 밝혀 소비자 반응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초기 개발 운영비용은 수천만원 수준. 결국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시중 농축산물보다 가격이 10∼15% 비싸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덜한 백화점은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할인점은 아직 소극적이다. 생산자의 협조도 문제. 한 관계자는 "재배일지 등을 제공해줘야 할 농민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새어 나간다고 생각해 꺼리고 있다"며 "의식이 전환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