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부처의 정책이나 장관들 말이 고유한 업무인지,총선용인지를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해당 기관이나 본인만이 알 수 있고,당사자조차 모른 채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여야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이런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최근 몇 건의 사례를 보자.교육부는 학벌주의를 타파한다며 국립대를 공익법인화하고 행시 외시를 통한 선발 인원(5급) 중 20%를 지방대 출신으로 뽑기로 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 등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다 야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탄핵 사유로 거론된 경제실정(失政)에 대한 배경 설명에 나섰다가 한때 구설수에 올랐다. 두 각료의 경우 "주무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언급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중립에 서야 할) 공무원이 불필요한 정쟁거리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잖게 들어야 했다. 일련의 각 부처와 장관의 정책발표 또는 발언은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지만 요즘은 선거철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여야가 총선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탄핵정국이다. 공무원으로서는 살얼음판 걷듯이,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나아가야 할 판이다. 그렇잖아도 촛불집회에 대한 행정자치부와 경찰의 시각차,4월에 맞춰진 고속철도 개통과 후속 일반철도 운임 인하 등 일련의 정책은 자칫 중립성 의지에 대한 시비나 선심성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일 때는 시빗거리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게 행정부로서는 상책이다. 행여나 총선 후,또 탄핵국면 이후 예상이 가능한 개각을 염두에 두고 자리 보전에 신경쓴 행보라면 더욱 잘못됐다. '여당 프리미엄'을 없애겠다는 게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다.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 '4월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 시험이라면 채점자를 의식할 것이다. 이 시험이 임명권자에 대한 단순한 보은에 치우치면 행정의 중립성은 무너진다." 한 중견 공무원의 관전평이 머리에 남는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