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북부 땅이 최근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LG필립스LCD가 1백만평 규모의 LCD산업단지 조성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월롱면 덕은리·우전리와 인근 탄현면 금승리·낙하리 등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은 불황을 하소연하고 있다. 덕은리 수정공인중개 강진구 대표는 "문의는 잇따르고 있지만 거래는 안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등의 규제가 매매시장 형성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 더 커져 현지 중개업소들은 LCD단지의 후광효과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기대했다. 파주시가 자급형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덕분에 덕은리의 도로변 땅은 최근 평당 2백만∼3백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비해 1백% 가까이 오른 호가다.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곳 땅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절대농지가 평당 60만원에 거래되는 등 투기적인 수요도 만만치 않다. 덕은리 하나부동산컨설팅 마창식 부장은 "평당 2백만원대의 도로변 매물은 지난해 이미 소화됐고 이제 3백만원대 매물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마 부장은 호가가 평당 3백만원대로 뛰면서 거래가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곳 토지시장의 장기 전망은 밝은 것으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점쳤다. LG필립스LCD의 하청 업체들이 공장 이전용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상가 수요 등으로 도로변만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앞으로 원룸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대지 수요도 크게 늘 것이란 예상이다. 파주 남쪽의 교하지구와 내년에 분양을 시작하는 파주신도시(운정지구)와의 연계개발 효과도 호재로 꼽히고 있다. 파주 남쪽 땅은 지난해 11월 교하단지 분양을 계기로 이미 한번 들썩거려 북쪽 월롱면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거래는 없어 개발기대감은 크지만 거래는 부진한 양상이다. LCD단지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상담문의가 많아 바쁘기만 하고 (거래가 안돼)실속은 없는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곳에서 토지거래가 안되는 이유는 △매물부족 △호가 차이 △정부규제 등으로 요약된다. 현지 땅주인들은 값이 더 오를 것이라 믿고 아예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너무 비싼 값을 부르고 있다. 구미에서 공장 부지를 보러왔다는 한 관계자는 "이미 가동되고 있는 구미 LCD단지와 이제 착공된 이곳의 평당 땅값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부의 대책도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 파주는 토지거래허가지역이어서 외지인들의 땅매입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명의신탁도 이전처럼 수월치 않다. 땅을 개발할 경우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도 여전히 큰 부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