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이 강남구 대치·도곡동을 제치고 최고의 주거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잠실저밀도지구의 분양이 시작되면서 잠실의 미래가치가 대치·도곡동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잠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7일부터 청약에 들어간 잠실주공4단지가 강남구 중심지의 역삼동 래미안보다도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형구성 및 학군 등의 한계가 있어 대치·도곡동을 능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도시급 대단지로 탈바꿈 잠실 조합원들은 동부이촌동 압구정동 대치동 순으로 이어진 최고 인기아파트의 명맥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실로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잠실의 입지적 장점 때문이다. 우선 한강을 접하고 있어 조망권이 뛰어나다. 또 잠실주공1·2·3·4·시영 등이 한꺼번에 재건축돼 2만4천가구 이상의 신도시급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백화점 병원 등 생활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주거환경도 쾌적하고 유해시설도 강남구에 비해서 적다. 학군이 떨어지긴 하지만 중산층이 많이 이주해오면 학군은 따라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실2단지의 한 조합원은 "쾌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어 대치·도곡동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위주 평형구성이 약점 최고 인기주거단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평형 구성이다. 중대형 평형이 많아야 인기주거단지가 된다. 그러나 잠실은 20∼30평형대의 중소형 평형이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대표는 "부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살고 싶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실의 부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치·도곡동이 잠실을 능가하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양재천 대모산 구룡산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학군 측면에서도 대치·도곡동이 잠실보다 우위에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잠실의 명문대학 진학률이 대치·도곡동보다 처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이 강남을 버리고 잠실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잠실이 대치·도곡동을 능가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가진 고급주거단지로는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강남구 테헤란로 북쪽 지역의 단독주택은 다세대·다가구로 전환되면서 주거 여건이 나빠졌다"며 "잠실이 강남구의 테헤란로 북쪽 지역보다는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3평형대를 배정받을 수 있는 강남구 청담·도곡저밀도지구의 AID아파트 15평형과 잠실주공2단지 13평형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1억원 정도의 가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슷한 수준(5억2천만원 전후)을 형성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