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사태가 종전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쟁 직전인 지난해 3월 70%를 넘었던 미국인들의 '부시대통령 이라크 대처방식' 지지율은 절반수준인 40%로 급락했다. 미군의 조기철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전선은 이라크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수니파와 강경시아파들은 성전(聖戰)을 선언,미국주도의 연합군에 저항강도를 높이면서 '제2 이라크전쟁' 우려감은 점차 현실화되는 형국이다. ◆이라크내 저항 전역으로 확산=이라크 중서부지역 팔루자에서 촉발된 수니파와 미군과의 유혈충돌은 강경 시아파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전선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남부지역의 나자프 쿠트 등 저항세력에 접수되는 도시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연합군으로 참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7일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쿠트시에서 철수했다. 북부 키르쿠크에서도 팔루자 공격에 항의하는 민병대와 미군이 교전을 벌여 이라크인 1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일본 자위대도 이날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서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특히 과격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민병대는 연합군에게 바그다드 남쪽 카르발라에서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카르발라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6명의 민병대원이 부상했다. 이 지역에는 수만명의 시아파 순례자들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이맘의 순교를 기념하기 위해 집결해 있다. 미군의 보복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군은 이날 종전 선언(지난해 5월1일) 이후 처음으로 전투기를 동원,수니파가 저항하고 있는 팔루자의 이슬람 사원에 미사일과 5백파운드의 폭탄을 퍼부었다. 미군의 사원공격은 일반 이라크인들까지 봉세에 가담시키는 촉매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9일 바그다드 함락 1주년을 맞아 저항강도가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 재선가도에 먹구름=이라크사태가 '제2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급락,재선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가 지난 1∼4일 성인 7백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업무수행 능력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3%로,지난해 3월(67%)보다 24%포인트 급락했다. 이라크 대처방식에 대한 지지율도 74%에서 절반 수준인 40%로 추락했다. 고용시장 등 각종 경제지표가 급속히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한 것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라크 공격을 '정책적 오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측은 이미 이라크문제를 대선의 핵심쟁점으로 들고 나왔다.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이라크 점령으로 (미국이) 혼란에 빠졌다"며 "부시는 자신이 곤경에 빠졌음을 전세계에 시인하라"고 촉구했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은 "미국은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