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진단이 한 달 만에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박 총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부터 체감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5.2%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 급신장세가 지속되고, 경상수지는 연말까지 1백50억달러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실제로 경기가 좋아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던 것이 한 달 만에 "호전된다"는 확신으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내수 소비와 밀접한 소비심리는 2개월째 악화돼 박 총재의 예상처럼 경기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대내외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데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박 총재는 올 성장률을 '5.2%에서 6% 사이'로 예상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한은 실무자들은 5.5%선을 약간 웃돌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 총재가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수출 호조세의 지속 가능성.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 회복세가 뚜렷해 수출 호조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고용과 설비투자 확대에 관한 한 거의 '장담' 수준이다.


박 총재는 취업자 수를 당초 37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경기 회복으로 55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 자체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0%가 설비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반면 줄이겠다는 업체는 11%에 그쳤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 체감경기도 2분기엔 회복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 박 총재는 "2분기 중 체감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요인이던 카드채 문제가 해결되고, 설비투자가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됐으며, 일자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가 불안 우려에 대해 박 총재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는 당초 전망치인 2.9%를 다소 상회할 것으로 보지만 3% 안팎의 물가목표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박 총재의 이 같은 수정 전망은 이라크사태 악화와 이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 총선 후 노사관계 악화 우려 등을 배제한 채 나온 것이다.


때문에 민간 연구기관들은 "너무 낙관적인 변수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 소비심리는 아직 '한겨울'


박 총재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상황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통계청이 도시지역 2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를 재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달 94.4를 기록, 전달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하다 2월부터 두 달째 내림세다.


이와 함께 6개월 전에 비해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이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68.5로 전달(71.9)에 비해 3.4포인트 낮아져 체감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