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정(情)에 이끌려 지갑을 연다.' 기업 CEO든 구멍가게 주인이든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다.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소비자 분석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연출 기술'에 의한 결과라면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상혼(商魂)'(고쓰카 다케시 지음,신현호 옮김,국일미디어)은 철저히 '고객을 기쁘게 해 주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경영재건의 귀재''융화의 달인'으로 불리며 모든 생산성은 사람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주장을 펴는 인물. "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회사와 고객,나아가 지역사회의 모든 이들까지 행복해졌다는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성공했다는 판단을 한다…이것이 내 장사의 철학이다." 아르바이트로 식품,우유배달을 하던 중학생 시절 이후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그의 이런 원칙은 경영인으로서 성공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고졸 출신의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리쿠르트에 입사,22세에 후쿠오카 영업소장이 됐으며 전년대비 15배의 매출신장 실적을 올림.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모리오카 그랜드 호텔을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켰으며,다이에 호크스 등 후쿠오카 3개 사업체의 78억엔 적자를 1년반 만에 3억엔으로 줄이는 수완 발휘….'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록적인 실적. 그 배경엔 스스로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게 만든 '장사 혼'이 숨어 있었다. 상투적인 인사말 대신 '오늘은 갈치조림이 싱싱해요''비가 오는데 우산 있습니까?' 등 고객에 대한 끝없는 배려라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까지 읽혀진다. 부담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신의 고객층을 만들어내고 유지·확대시키는 상술적인 문제에서부터 부하직원과의 관계,원활한 조직 가동법 등 경영 노하우까지 따라온다. 좀처럼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요즈음 한국의 다운타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고객밀착 전략 광고에 저자의 충고를 오버랩시켜 평점을 매겨본다면 몇점이나 나올까. "돼지갈비 드시면 냉면,노래방 무료." 2백76쪽,1만2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