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화사업의 80%를 차지하는 AT&T. 80년대 중반 장거리 통신사업 독점금지와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러자 밥 앨런 회장은 노란색 노트에 '우리 공동의 약속-AT&T의 방향'이라는 미션헌장을 써놓고 사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처음에는 '품질'등에 관한 항목이 중시됐으나 사원들의 요청으로 '개인에 대한 존중'이 첫번째 항목으로 신설되고 '팀워크' 항목이 추가됐다. 노사 합의에 따라 5개의 지침이 확정되고 '우리는 이런 가치들을 실천해 회사를 초우량 기업의 표준으로 만들고 주주와 고객,사원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는 구절이 명시됐다. 이후 회사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미션헌장이란 기업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기업의 신조와 경영원칙,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행동 지침,기업의 목표와 이상,기업문화와 장기전략을 담은 사명선언문. '세계 최고 기업들의 미션'(퍼트리샤 존스·래리 커해너 지음,이진우 옮김,거름)은 미국 50대 기업의 미션헌장과 그 제정배경·계기,실행과정 등을 분석한 책이다. '미션헌장 작성에 관한 6가지 원칙'도 담겨 있다. 기업컨설팅 전문가와 언론인 출신인 두 저자는 AT&T,보잉,IBM,인텔 등 초일류 기업의 미션헌장과 실행사례를 취재,이들 기업이 왜 성공했는지를 검증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중과 사회 기여,윤리·신뢰경영 등을 중시하고 최고의 경쟁력 확보와 고객만족이라는 비전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세계 최대 우주항공사인 보잉은 '품질''수익성''성장성'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하면서 '정도경영 선언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서로를 존중한다''신념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한다''진실만을 말한다''최고 제품을 제공한다''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 등 8개 항목이 '변함없는 가치'로 명시돼 있다. 인텔은 '고객 우선''결과 우선''규율''일하고 싶은 직장''품질''위험감수'의 기치 아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입지를 강화한다''PC를 유비쿼터스 성격의 쌍방향 장치로 만든다''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3대 목표를 내세워 성공했다. 9·11테러 이후에도 단 한명의 인원감축 없이 흑자경영을 해오고 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사원들에 대한 헌신'이라는 한가지 항목만 사명선언문에 적어놨다. 개개인의 성장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중시하며 사원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친절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들이 이를 고객에게 그대로 제공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80년대 수익이 50%나 곤두박질쳤던 제록스가 다시 업계의 강자로 부상한 것도 미션헌장 덕분이었다. '문서관련 종합 솔루션 회사'라는 전략방침 아래 고객만족,사원만족,시장점유율·자산수익률 중시의 우선순위를 매겼다. 미션이 기업경영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행간에서 들려오는 또다른 질문. "당신 삶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4백40쪽,2만8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