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를 맞고 있다. 기업 조직이 관료화되면서 신기술 개발이 지연되고,인터넷 비디오게임 등 신규사업 부문에서 매출 부진까지 겹쳐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9일자)는 "지난 29년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MS가 경쟁 업체들의 파상 공격과 신규시장 진출 실패로 사면초가에 몰렸다"며 "지금의 MS는 명성을 잃은 초라한 스포츠 스타와 같다"고 보도했다. MS는 지난 1990년대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6%를 기록할 정도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윈도 운영체제(OS)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수익원을 찾지 못해 매출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향후 5년간 MS의 매출 증가율이 기껏해야 연간 8%를 밑돌 것이라고 시장조사 기관인 톰슨퍼스트콜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MS가 기력을 상실한 직접적인 이유는 핵심사업 분야인 윈도 운영체제에서 신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MS가 차세대 OS로 개발 중인 '롱혼(Longhorn)'은 기술 개발이 지연돼 오는 2006년에나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때문에 컴퓨터업계에서는 롱혼을 두고 '오랜 기다림(Long Wait)'이라고 비웃기까지 한다. 지난 90년 이후 총 3백26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퍼부어 왔지만 관심을 끌 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유다. 비디오게임기 X박스와 손목시계 소프트웨어,음성인식 시스템,휴대폰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했지만 이익을 올려주진 못했다. 윈도 이후 특별히 히트를 친 상품이 없다는 얘기다. 경쟁업체의 급성장은 더 큰 위협이다. 중국 핀란드 등 각국에서는 윈도의 대안으로 무료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내 기업 48%도 리눅스 채택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반독점 혐의로 6억1천3백만달러의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유사한 법정소송은 향후 수년간 MS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