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가 악화되고 한국인 피랍사건이 잇따르면서 파병문제가 총선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당초 파병반대 당론이었던 민주당이 파병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쟁점화하고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일단 파병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신중한 접근 자세를 보이는 등 여론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국가 간 약속이기 때문에 일단 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파병강행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파병의 성격과 시기 문제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통과된 약속은 지켜야한다"며 "다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파병 성격,시기 문제는 정부가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설 땅이 없다"며 "대신 파병군인의 안전강화 노력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은 "원래의 파병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까지 발전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조사단을 파견한 만큼 현지조사 결과를 놓고 최종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명분없는 전쟁인 만큼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라크전은 '제2의 베트남전'양상을 띠고 있다"며 "정부는 무책임하게 '묻지마 파병'을 고집할 게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공론을 새롭게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부천에서 파병반대 스티커 부착행사를 가졌고 시도당 건물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파병공조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로 했다. 심재권 선대위 반전평화특별본부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추가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3당 선대위원장간 회담을 거듭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정부가 이미 발표한 이라크 추가파병 계획은 변함없이 추진하되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동영 의장은 "파병원칙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이라크 내부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을 예단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므로 적절치 않다"며 "현재로선 기존의 정부안대로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근태 원내대표는 "6월말 미국이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뒤 이라크 임시정부,미국 등과 협의해 파병시기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창·홍영식·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