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종반, 말 뒤바뀐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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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이 종반으로 향하면서 여야 상호간에 비판하는 '레토릭(수사법)'이 뒤바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탄핵 전엔 야당이 여권에 대해 '국정혼란의 주범이고 감성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여권이 야권에 대해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감성정치''개헌저지선'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쪽도 여야가 뒤바뀌었다.
◆국정혼란의 주범=여야 간 공수 주체가 바뀐 대표적인 주장으로,상대당이 '경제불안·국정 불안을 조장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신기남 선대본부장 등은 최근 기회있을 때마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불안 국정불안이 야기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지역감정에 의존,상황을 타개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불과 2달전에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사유 중 하나로 경제파탄 등 여권의 국정혼란을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불안한 리더십과 아마추어 정책이 경제·사회불안의 근원"이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지난 2월 노무현 정권 출범 1년에 대한 평가에서 노 정권을 '총체적 불안'으로 진단하고 △대통령당 만들기 △지역감정 조장 △관권선거와 선심정책 등을 여권의 낡은 정치행태로 비난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안병영 교육부총리 등도 재야에 있으면서 '정부의 친노동계 성향이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대통령의 세몰이정치,올인정치가 대중영합주의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감성정치 하는 쪽은=지난 대선부터 탄핵안 가결전까지 한나라당은 여권에 대해 감성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이 야당에 대해 감성정치·쇼정치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올해초 정동영 의장이 '설겆이행사'를 갖고 쓰레기장을 방문한데 대해 민생과는 상관없는 이벤트정치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이 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긴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얼마후 한나라당도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며 천막당사로 이전했고,민주당은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 행사를 계기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누가 견제하나=정동영 의장은 지난 2월 "이번 총선의 최소목표는 개헌저지선인 1백석"이라고 밝혔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1당이 유력시되는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비판 세력들이 열린우리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두달 후 상황은 바뀌어 한나라당은 거대 여당 견제와 개헌저지를 위해선 자기 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분당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갈등을 빚어온 민주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절박한 처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