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관리원이 아니라 외자관리실입니다." 한국은행이 9일 부총재보 및 실·국장 등 정기인사를 실시하면서 총재 직속의 별도 조직인 '외자관리실'을 슬그머니 신설,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한은 내에 외환보유액 운용 전문기구를 만들어 재정경제부가 추진 중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설립 취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이에 대해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운용 경쟁력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확대한 것일 뿐 KIC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그동안의 한은 행보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월19일자에 "한은이 KIC의 대항마로 '외자관리원(가칭)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한은은 즉각 이를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심지어 담당 임원은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으며 직원끼리 오간 농담일 뿐"이라고 발뺌했다. 직원들의 '농담'은 불과 석달도 안돼 '외자관리실'로 약간 수정해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간 외환보유액 운용의 주도권을 재경부 쪽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조바심을 감출 길이 없었던 셈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한은의 '재경부 콤플렉스'가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와 자신감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