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본의아니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처지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비금융 손자회사인 삼성전자·물산 등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그룹 지배구조에 적지않은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불거진 원인이 관련 법 제도의 미비에 있음을 인정,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정의 손질에 나서 향후 전개방향이 주목된다. ◆엉성한 법 규정이 문제 이번 문제는 참여연대가 지난 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참여연대는 에버랜드가 지난해 말 결산 결과 금융 자회사인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삼성생명 주식가액(1조7천3백77억원 3백86만8천8백주)이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4.7%에 달해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됐는데도 금감위 인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설립 요건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이면서 △계열 금융회사 지분가치가 자산의 50%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에 대해 '미진한 제도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7.1%)의 평가이익이 뛰면서 삼성생명 주식가액이 갑자기 높아져 생긴 일"이라면서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주회사 요건 해소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금감위는 당장 에버랜드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에는 설립 요건만 나와 있을 뿐 요건을 충족하면 언제까지 인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당장 에버랜드의 위법성을 따지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금감위는 인가신청 기간 등 세부사항을 정하는 한편 에버랜드처럼 본의 아니게 요건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거나 유예기간을 충분히 줘서 요건을 해소토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삼성생명을 통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전자.물산.증권.카드) 중 전자와 물산 등 비금융회사 지분까지 처분해야 돼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삼성은 공정위에 지주회사 전환인가 신청기한인 이달내에 신청서를 일단 낸 뒤 지주회사 요건을 해소하기 위해 △에버랜드의 차입금을 높여 삼성생명 지분비율을 50% 밑으로 낮추거나 △삼성생명 일부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동·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