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3시50분 수원 아주대의 다산관 대강당. 강의시작이 10분 정도 남았지만 3백석에 달하는 좌석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자리를 못 찾아 강의실 맨 뒤쪽에 서 있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석학들의 강연이라면 강의실의 절반도 차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이동통신사중 하나인 KTF의 남중수 사장(49)이 강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의에 참가한 한 학생은 "광고에서 늘 주장하는 'KTF적인 생각'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 강의에 나오게 됐다"며 "여기 온 학생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의 강의는 일반적인 교양 강좌와는 다른 점이 많다. 강의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쇄매체에서 인터넷으로 정보 수단 전환 △이동통신 산업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동통신이 발달하면 이뤄지는 유비쿼터스 세상 등 익숙한 주제가 강의 내용의 전부다. 하지만 주제의 평이함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사용으로 극복된다. 남 사장은 강의 중간중간 KTF의 TV광고,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을 보여준다. 음악과 시 만화 등 사용이 가능한 수단이 총 동원된다. 다채로운 볼거리는 금세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의가 어느정도 무르익자 남 사장은 회사 PR에 들어간다. 그는 "취임이후 비방광고를 삼가는 등 투명한 경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많은 수의 고객을 얻기 보다는 기존의 고객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남 사장은 강의 후 질문과 자유토론을 통해 KTF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꼼꼼히 체크한다. 회사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 그 내용을 메모지에 적는다. "알아본 후 시정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남 사장은 강의 직후 "핵심 고객인 대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들을 수 있는데다 회사 PR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출강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CEO들이 직접 대학을 찾아 회사PR 강연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주대학교만 하더라도 매달 두번씩 주요 기업 CEO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있다. 아주대는 남 사장 외에도 삼성전자의 임형규 사장과 한글과컴퓨터의 백종진 사장을 초청했다. 또 상반기내로 미래에셋, 하림, 유한킴벌리 등의 CEO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아주대학교 조광순 교수는 "이론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영 일선을 뛰는 CEO들의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릴레이 강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