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앞두고 지금은 春來不似春"‥盧대통령, 기자들과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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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기자들과 청와대 뒤 북악산 산행을 했다.
지난달 11일 탄핵관련 기자회견, 12일 탄핵의결 이후 꼭 한 달 만에 처음 대외적으로 얼굴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봄이 오고 꽃이 피지만 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총선과 탄핵이라는) 심판을 두 개 마저 거쳐야 한다"며 "그래서 요새 재판 앞둔 피고인 심정으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거역할 수 없는 계절의 변화,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부질없는 일들에 매달려 우리가 너무 아웅다웅 한다는 생각도 들고, 자연의 섭리와 같이 역사에도 섭리가 있어 몇 사람이 애를 쓰고 바둥댄다고 역사의 큰 흐름이 금방금방 바뀌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최근의 심경을 피력했다.
등산 도중 몇 차례 쉬면서 노 대통령은 '변화의 시대'에 놓여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좌우이념 대립의 시대에서 지금은 거버넌스(지배구조) 경쟁의 시대로 주제가 바뀌어 간다"며 "이는 피라미드와 네트워크의 경쟁이고,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 힘에 의한 지배냐 합의에 의한 지배냐가 중요할 뿐 좌우는 점차 정책적으로 수렴돼 간다"고 강조했다.
총선 후 정치와 관련, 노 대통령은 "정치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은 "정치 자체는 결국 부패정치, 지역정치라는 고질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크게 달라지고, (정파간) 관계도 사생결단식 대결정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들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정치가 시도돼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총선 후엔 큰 흐름이 협력과 상생의 정치, 대화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동안 여ㆍ야, 대통령, 정당, 국민 모두가 너무 고생했고 대단히 큰 혼란과 갈등을 겪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질서태동을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노 대통령은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4ㆍ15 총선이 끝나면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이 극복되고 정치의 희망을 뚜렷히 볼 것"이라며 "지금은 법적인 연금상태에다 총선 때문에 정치적 연금까지 겹쳐 있지만 총선이 지나면 숨쉬기가 나아져, 법적인 대통령 직무 이외에 필요한 의견수렴이나 비공식적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