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동쪽으로 2백 떨어진 질리나시(市).인구 40만명의 소도시인 이 곳에서 기아자동차가 유럽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뜨는 시각,브라티슬라바에서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슬로바키아 투자유치청(SARIO)과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기아차 행사장에서 파볼 부스코 부총리가 "외국기업의 투자에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은 이미 투자를 결정한 기아차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기보다는 협상 중인 '도요타용'이었다는 게 현지 관리들의 해석이다. 도요타는 체코의 콜린 근교에 건설 중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소형차 공장에 필요한 부품 공급기지로 슬로바키아를 낙점한 것.일본 마쓰다도 이 곳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승용차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로만 쿠르크 투자유치청장은 기자들에게 "슬로바키아의 인건비는 사회보장세를 포함해도 1만1천코루나(약 3백50달러)로 영국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투자비의 1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토지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슬로바키아는 내달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가입한다. 서유럽과의 교역에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뒤집어보면 동유럽에 생산기반이 없는 기업은 더 이상 EU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의미다. "동유럽은 조만간 세계적 기업들의 전쟁터가 될 겁니다. 당장 2006년에는 기아차 폭스바겐 도요타 푸조 등 이곳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형차만 1백만대가 넘게 됩니다. 효율성과 원가에서 뒤처지는 기업은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장) 질리나(슬로바키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