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전문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운영하기가 힘든 업종에 속한다. 우선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취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수입에 욕심을 내다보면 연중무휴로 가게 문을 열어 가족들과 대화하기도 쉽지 않다. 주류전문점으로 성공한 창업자들은 이런 고비들을 어떻게 넘기고 있을까.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비어캐빈 강남3점 신동현 대표(50). 그는 오락실,한복판매점 등 자영업만 20년 이상 해온 장사의 베테랑이다. 주류전문점은 이번이 처음. 그는 3년 전 주류장사를 시작할 때 돈 버는 일 외에는 다 버렸다. 돈 벌면서 건강도 챙기고 시간여유까지 누릴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는 것. 직장인들보다 수입이 낫다는 것 하나만으로 자위하며 산다. 주류전문점을 운영하면 생활에 낮과 밤이 바뀐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높은 사업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6개월이 지나면 적응됩니다.제 경우 2001년 6월에 오픈해서 1년간은 4시간 잠자고 부족한 수면은 손님이 뜸할 때 토막잠으로 보충했지요.익숙해지면 하루 7시간 정도는 푹 잘 수 있습니다." 신 대표는 오후 4시 가게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4시에 문을 닫는다. 오픈 초기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영업했다. 손님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영업은 연중 무휴다. 명절때도 예외없이 문을 연다. 그래도 타고난 건강 덕분에 아직까지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 요즘은 오전 5시에 귀가,오후 2시까지 숙면을 취한다. 신 대표는 점포 개설 초기부터 목표고객을 정확히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대학생 위주로 갈 것인지,아니면 직장인 위주로 장사할 것인지 정해 놓으라는 얘기다. 대학생을 주고객으로 삼으면 손님이 많더라도 매출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대학생들은 단가가 낮은 소주와 탕을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대표는 처음부터 직장인을 주고객으로 삼았다. "요령껏 손님을 선별하는 게 노하우입니다.예를 들어 대학생들이 몰려오면 주민등록증 검사를 한다든가 귀찮게 해서 빨리 자리를 뜨게 만드는 것이죠.이제는 소문이 나서 나이가 안 되면 아예 가게에 들어오지 않지요." 술 종류는 맥주,소주,양주 등 다양하다. 최상의 배합은 맥주와 소주 판매량 비율이 7 대 3이다. 소주를 주문하는 고객들은 안주를 많이 찾기 때문에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소주 고객들은 자리에서 잘 뜨지 않아 고객 회전율이 뚝 떨어진다. 최상의 비율에 가깝도록 주문을 유도하는 것도 주인의 노하우다. 신 대표는 주점 주인이 손님과 너무 가까워도,너무 멀어도 안 된다는 고객관을 갖고 있다. "단골이라고 해서 주인이 밀착 서비스하면 다른 손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요." 신 대표는 홀 서빙을 아르바이트에 전적으로 맡긴다. 그는 대신 닭고기 안주를 장만하는 일을 전담한다. "영원한 단골은 없는 법입니다.조금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다른 집으로 가버리는 게 술집 단골입니다.제 경험으론 대략 3개월 정도 꾸준히 들르면 손님들이 싫증을 내는 것 같아요.똑같은 맛에 질리는 것이죠." 아직까지 취객 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은 없다. 취객이라도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시비를 걸지는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자칫 주인이 서빙을 맡게 되면 시비가 싸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신 대표는 조언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