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14
수정2006.04.02 02:16
'제발 작품 좀 내 주십시오.'
국내 최대의 미술품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 경매에 거래될 작품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매물부족 현상은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이우환 같은 이른바 '블루칩(blue chip) 작가'의 작품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인기작가의 작품 가격이 IMF사태 이후 대부분 오른 상태인데도 매물로 나오지 않는 것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서울옥션의 경우 2000년부터 미술품 거래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해 왔다.
지난해 거래실적은 1백억원선.이 가운데 '톱10' 작가의 매출실적은 41억원으로 미술품 경매 총액의 40%를 넘어섰다.
경매시장에서의 작품 거래가 일부 인기 작가에 치우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옥션은 2004년 매출 목표를 1백30억원으로 늘려 잡았지만 올들어 거래가 확실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시장에서는 앤디 워홀처럼 1백만달러가 넘는 작품뿐 아니라 10만달러 내외의 젊은 작가들 작품도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이에 반해 국내 미술시장은 소장가들의 선호도가 인기 작가에 치우쳐 있는 실정이다.
오수환 김종학 고영훈 같은 일부 중견작가들의 경우 판매가가 적당하면 잘 팔리고 있지만 이러한 '옐로칩(yellow chip)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옥션 이학준 상무는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만 갖고 경매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친 게 사실"이라며 "선진국처럼 옐로칩 작가들의 작품도 활발히 거래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