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다트머스대학의 터크경영대학원 교수인 데이비드 강은 얼마전 한국 중소기업에 중국진출에 관한 자문을 해줬지만 외면당했다. 자신이 내린 결론은 '중국으로 가지마라'는 것이었지만,그 기업은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너나 없이 중국으로 달려가는 요즘,중국진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강 교수는 유난히 중국진출의 함정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의 막대한 부채를 딛고 나갈 만큼 경제성장세가 강하기 때문이죠.하지만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진다면 동남아시아가 97년 겪었던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당시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었지만 지금 중국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당시 동남아 기업들보다 좋다고 볼수 없습니다.금융업계의 부실대출은 늘어나고 주식시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뉴욕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초청으로 강연에 나선 강 교수는 예의 중국위험론을 되풀이했다. 한 참석자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BRICs'국가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란 골드만삭스 분석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이에대해 그는 90년대초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일본이 록펠러센터와 페블비치 골프장을 매입하는 등 미국의 '심장'을 사들여가자 일본에 대한 공포가 대단했습니다. 지금 중국에 대해 느끼는 것보다 일본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어떻습니까.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아무런 문제없이 현재의 성장률을 10년 또는 20년 지속하면 언제쯤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산술적으론 가능하겠죠.하지만 항상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중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2002년 외국인투자를 5백억달러 유치,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 외국인투자 대상국가로 부상했다. 세계기업들의 중국진출 열풍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 같다. 한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코참 강연에 참석한 한국 기업인들은 강 교수의 중국진출 경계론을 수긍하는 듯했지만 한국 본사에서 얼마나 귀담아 들을지 모르겠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