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하다] '新자린고비' 홍준의씨가 쓰는 가계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홍준의씨(37ㆍ디아지오코리아 홍보팀장)는 '알뜰 가장'이다.
가계부를 아내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쓴다.
특별지출이 많은 달을 미리 체크하고 자금운용 계획을 짠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집 근처 재래시장과 할인점, 백화점을 둘러본다.
가격 동향과 비교를 위해서다.
한 마디로 '가계 CFO(최고재무책임자)'다.
그렇다고 경처가(敬妻家)는 아니다.
"라면 정도는 끓여도 주방 출입은 거의 없다"고 홍씨는 강조한다.
'가계 테크'에 취미가 있는 자신의 경쟁력을 살려 아내와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씨는 무조건 안 먹고 안 쓰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아낄 때는 아끼지만 써야 할 때는 과감히 '쏜다'.
아름다운재단 등에 한 달에 5만원씩 기부하고 좋아하는 뮤지컬 관람은 20만원이 들어도 아내와 함께 한다.
양가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과 선물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여름 휴가도 서울시내 호텔에서 보내는 것이 결코 비싸지 않다고 판단, 자주 애용한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요즘 고객은 어떤 마케팅 수단을 동원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무조건 안 쓰는 탓에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홍씨는 '소비 합리주의자다'다.
조금 과장하면 경기의 버팀목이 돼주는 '애국자'라 할 수 있다.
홍씨는 자신의 이같은 생활 철학을 '신(新)자린고비'라고 표현한다.
"맞벌이 하다보니 씀씀이가 헤퍼지더라고요. 잘못하다간 펑크나겠다는 걱정이 들더군요. 적어도 돈이 어디로 빠져 나가는지는 알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999년부터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홍씨의 회사는 서울 테헤란로 스타타워빌딩 안에 있다.
팀장이어서 월 25만원 정도 주차비 지원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차를 끌고다니지 않는다.
신월동 집에서 지하철 5호선 신정역까지 택시 기본요금밖에 안나오는 데도 항상 버스로 다닌다.
홍씨 부부는 명품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명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명품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관심이나 감흥이 가지 않는 걸 어떡합니까. 루이비통 가방에다 버버리 코트를 걸치고 카르티에 시계를 찬 사람이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홍씨는 외출할 때 꼭 신용카드와 마일리지 카드를 점검한다.
나들이 계획에 잡혀 있는 음식점이나 놀이공원에서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의 책상 서랍에는 마일리지 카드 20여개가 잘 정리돼 있다.
그는 "어디갈 때 어떤 카드를 가져가야 할지 머리 속에 잘 정리돼 있기 때문에 전혀 힘든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 카드대금 청구서를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요금 등도 인터넷으로 납부한다.
혜택을 준다는데 뭐하러 종이 청구서를 받아보느냐는 얘기다.
또 로또나 복권, 주식투자는 일절 하지 않는다.
은행은 물론 주유소도 한 곳만 이용한다.
인터넷에서 하는 이벤트에도 꼭꼭 참여한다.
"이렇게 아껴서 어디다 쓸 거냐고 주변 사람들이 놀립니다. 그러나 저는 삼시(三施)를 실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재물과 마음, 몸으로 베푸는 삶을 살려면 그만큼 제 허리띠는 졸라매야 한다는 얘기죠."
우리시대의 짠돌이, 홍준의씨.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가정과 나라 모두 알차게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홍준의 라이프(Life) 파이팅!!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