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젠 산유국"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남부 해상광구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만년 원유 수입국가에서 수출국가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울산 앞바다에 있는 "동해-1 가스전"도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에너지 독립"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셈이다. ◆베트남을 도약의 발판으로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베트남 남동부 1백45km 해상에 위치한 15-1광구의 '흑사자(수투덴·Su Tu Den)'광구에서 하루 평균 7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올 4월초에는 누적 생산량이 1천만배럴에 달했다. 석유공사와 SK㈜는 지난 98년 베트남 국영석유공사(페트로베트남)측과 석유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2000년 5억9천만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3년만에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석유공사와 SK㈜는 현재 베트남에 정유시설이 없는 점을 고려해 페트로베트남과의 협의를 거쳐 생산된 원유를 전량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15-1광구에 대한 지분은 석유공사 14.25%와 SK 9.0% 등 한국측이 23.25%,페트로베트남이 50%,미국 코노코 필립스사가 23.25%,프랑스 지오페트롤사가 3.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참여사들은 흑사자 유전으로부터 최대한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앞으로도 추가 생산정 및 평가정을 시추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거둔 이번 성공은 국가경제 전반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안정적인 원유공급선이 확보됐다. 15-1광구의 원유생산으로 사업 참여자인 석유공사와 SK㈜는 유사시 연간 약 5백만배럴의 원유를 국내에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약 11억달러(1조3천억원)로 예상되는 순수익과 국내업체의 플랜트·건설사업 참여 확대로 상당한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편 석유공사는 15-1광구 외에도 바리아 붕타우 남부해상 2백80km에 위치한 11-2광구에서 예상 매장량 1천8백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동해에서 서광이 비치다 석유공사는 이달 초부터 '동해-1 가스전'에서 3개월간의 일정으로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상업생산은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동해-1 가스전'은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km 지점에 있는 해상 광구로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액화천연가스(LNG) 기준 5백만t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오는 2008년까지 이곳에서 하루 1천t씩 연간 40만t의 LNG를 생산해 울산과 영남지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루 평균 전국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량이 2만t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오는 7월부터는 전국 LNG 소비량의 5%를 국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셈이다. 석유공사는 이와 함께 이곳에서 휘발유성 초경질유(컨덴세이트)도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돼 하루 평균 7백50배럴을 S-오일에 공급키로 했다.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은 "동해 가스전 개발로 한국도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며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12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와 7천8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