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 산자부 장관 > 지속되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3월말 OPEC 총회를 정점으로 다소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이라크 상황의 악화 등으로 또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 세계 10위, 석유소비 세계 6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면서도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하여 유가상승 등 대외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3백83억달러를 에너지 수입에 사용했으며, 이는 전체 수입액의 21%에 달하는 금액이다. 달리 말하면 작년도 자동차 수출액 1백91억달러와 반도체 수출액 1백95억달러를 합친 금액만큼 에너지 수입에 지불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취약한 에너지 공급 구조를 개선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를 정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로는 중장기 대책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총 1백48개의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등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통한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신 재생에너지 개발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신 재생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오는 2011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의 5%를 신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를 '신 재생에너지 보급 원년'으로 선포하고 신 재생에너지 개발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대책은 바로 에너지 절약 필요성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인식과 적극적인 참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에너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활습관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이 지난 30년간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이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시책을 한 측면에서만 보는 데서 비롯된 시각이다. 정부에서는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시민단체 및 지자체와 공동으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 육성, 자발적 협약(VA) 확대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에너지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이라 일순간이라도 없어서는 안될 국가 동력이다. 충분한 영양분의 섭취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비만을 불러일으킨다. 에너지 소비도 이와 같이 꼭 필요한 양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경제의 체질을 가볍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등 후발 산업국가로부터 맹추격을 받고 있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통해 날씬하고 탄력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