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一澈 <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전자문명의 예언자 맥루한은 TV,인터넷으로 온 세계가 '지구촌'이 된다고 예언했다.근래에는 사스나 조류독감도 글로벌화하고 있다.금융위기도 브라질에서 아시아로 번지고 실체경제가 튼튼해 감염될 염려가 없다던 한국경제는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당했다. 2001년 '남미의 진주'로 불리던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어 외국자본의 유출과 국내투자가의 자본도피로 통화위기를 맞아 12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이듬해 1월엔 국가부도인 '모라토리엄'을 선언,세계 6위까지 올라갔던 경제가 졸지에 파산했다. 아르헨티나 경제파탄은 '아르헨티나병'으로 명명됐다. 미국의 경제학자 새뮤얼슨 교수는 강성노조와 포퓰리즘이 아르헨티나병의 주된 병원균이라 했다. 개인소득 2만달러를 지향하는 한국도 이런 목표달성은 커녕 사이버 포퓰리즘 등 반시장적 사고의 범람으로 아르헨티나병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1945년 노조를 기반으로 집권한 아르헨티나 페론당은 매년 25%의 과도한 임금인상,과복지,급진적 평등주의 분배정책을 선거때마다 내세워 득표에 전념했다.1970년대부터 아르헨티나병의 도래는 내재된 상황이었으나 좌우익 어떤 정권도 시장형 성장을 감행하는 경제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 강성노조의 총파업,대중시위로 번번이 좌절됐다. 다수결 선거에서 포퓰리즘의 악순환을 도식화하면 대중영합적 인기주의 경쟁→퍼붓기식 분배→성장둔화,적자재정→물가상승→외채누적→기업경쟁력 약화→실업자 증가→포퓰리즘적 시위로 이어진다.아르헨티나는 이런 악순환고리를 끊지 못하고 마침내 '시위공화국'이 되고 말았다.이런 포퓰리즘이 자리잡게 되면 시위로 탄생한 정권도 경제 저성장,외채누적,외자유출 등으로 인해 또다른 시위로 무너지는 결과를 빚는다. 아르헨티나에선 '국가부도' 후에도 시위가 월평균 2천건이 넘었다고한다. 1989년 집권한 카를로스 메넴 정권은 민영화,시장개방,외국인 투자유치 등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단행하고 국영기업 매각을 시도했다.이런 개혁에는 노사의 고통분담이 뒤따라야 한다.그러나 이미 중산층이 붕괴된 상황에서 분노한 대중은 성장정책을 기다리지 않고 '가난 나눠먹기'의 좌파정권을 등장시키게 된다.'남미의 파리'로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엔 지금 실직노동자,노숙자,거지로 넘쳐나고 교외 산업단지의 공장은 텅빈 채 잡초만 무성하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병은 이제 중남미 좌파이론인 '종속론'으로 그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다.종속론은 후진국이 결코 중진국 이상으로 발전될 수 없는데 이는 미국 등 강대국의 '중심과 주변'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구사회주의 대실패후 한국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은 경제번영을 이뤄 종속론모델은 맞지않게 됐다.오히려 중남미의 빈곤과 경제위기는 '근대화'에 역행하는 좌파적 '반근대화' 노선의 실패작이다. 특히 온정주의적 과복지를 지향하는 정부의 재분배정책과 강성노조,포퓰리즘이 합작해서 '아르헨티나병'을 가져왔다는 것이 이제는 정설로 자리잡았다. 올해로 러·일전쟁이 일어난 지 1백년이 됐다. 우리에게 개화기,세계화의 첫 물결이 밀려왔을 때 일본은 1902년 영·일동맹을 맺고 우리보다 약 50년 앞서 단행한 근대화로 아시아에서 패권 1백년을 누렸다. 중국경제는 1970년대 덩샤오핑의 시장사회주의의 개혁개방으로 오늘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만큼 약진하고 있다. 우리가 다시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대원군의 쇄국처럼 좌파적 '소중화'(小中華)의 보수를 거듭한다면,역사에 지각한 민족이 돼 식민지 36년의 수난을 겪었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은 남북한간 체제경쟁에서 승리를 담보해 준 한·미동맹 50년과 60년대 이래 근대화 건설의 경제개발로 이룩한 귀중한 가치체계가 부정되는 위기에 직면했다.21세기 신한국 약진의 도약대는 한·미동맹과 경제개발 근대화 세력의 성과다.'허공에 그린 유토피아'나 친북반미의 포퓰리즘은 '아르헨티나병'을 우리땅에 감염시키는 국가쇄망의 우행(愚行)이다."역사는 가르쳐주지 않는다.그러나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자들은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스스로의 우(愚)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