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hoi@hyosung.com 지난 식목일부터 주말농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몇 년 전부터 원했지만 바쁜 직장일과 아이들 공부를 핑계로 미뤄오다 이제야 시작하게 됐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상당히 많은 곳에 주말농장이 있어 선택의 기회가 많았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정하고 아이들과 함께 땅 3평을 얻어 농작물을 가꿔보기로 했다. 밭고랑을 매고, 돌을 골라내고, 퇴비를 뿌리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여러 단계를 거쳐 첫날 작업이 마무리됐다. 아이들이 호미를 들고 돌을 고르고, 물을 나르며 땀 흘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필자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왔기에 시골 분위기와 농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지난주 처음 다녀오고나서 이번 주말에도 빨리 가자고 보채는 걸 보니 아이들이 주말농장에 대한 기대로 한 주를 보내는 것 같다. 조그만 땅이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시의 번잡한 삶만을 경험하며 자라온 아이들에게 자연의 포근함과 여유로운 정취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공부에 쫓기고,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입시준비로 어른들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하루하루 시험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는 것과 경쟁에서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이들의 유일한 목표가 돼버렸다. 이들에게 도시가 아닌, 시험이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곳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이 있고, 시간의 속도가 도시보다 10분의 1 정도는 느리게 흘러가고, 내가 뿌린 땀으로 채소가 자라고 수확의 결과가 얻어지는 농사의 기쁨이 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요즘 날씨가 여름 같아 물만 주면 파릇파릇 자라는 상추를 보면서, 아이들 마음 속에 농촌의 정취와 여유로운 삶의 모습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 여유가 어찌 아이들에게만 필요하겠는가. 어른들의 세계야말로 권력이나 재물 같은 것들을 쫓아가느라 찌들 대로 찌들어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을 잠시라도 잊고 자연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