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9개홀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각본 없는 명승부' 마스터스골프 2004대회는 최종일-최종홀에서의 버디로 새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11번홀(파4·4백90야드)에서의 극적인 이글에 힘입어 합계 6언더파 2백82타로 역대 동양인 최고의 성적인 단독 3위에 올랐다. 상금은 44만2천달러. 최경주가 '아멘 코너' 첫홀에서 잡은 이글은 대회 68년 역사상 그 홀 세번째,마지막 라운드 이글로는 첫 기록으로 남게 됐다. 12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이날 우승다툼을 벌인 3∼6언더파대의 선수 가운데 필 미켈슨(34),크리스 디마르코(36·이상 미국),어니 엘스(35·남아공) 3명이 유력한 우승후보였고 최경주는 '톱10'을 목표로 최종라운드에 들어갔다. 최경주와 엘스는 마지막에서 세번째조로 플레이했고 미켈슨-디마르코는 챔피언조로 경기를 벌였다. 전반까지 미켈슨 디마르코 최경주가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고 뒷걸음질친 사이 엘스는 이글 1,버디 2,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5언더파로 단독선두가 됐다. 그러나 오거스타내셔널GC의 백나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경주가 그 어렵다는 11번홀(파4·4백90야드)에서 극적인 이글을 잡고 3언더파가 되면서 우승경쟁은 달아올랐다. 그 홀까지 엘스는 5언더파,미켈슨은 4언더파. 엘스는 13번홀(5백10야드)에서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한 뒤 이날 두번째 이글퍼트를 성공했다. 7언더파. 한라운드,그것도 최종일 두번의 이글을 잡은 엘스에게 오거스타의 '신(神)'이 미소를 짓는 듯했다. 엘스가 우승문턱에 한걸음 다가선 사이 최경주는 13,14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엘스를 2타차로 뒤쫓았다. 뒤질세라 미켈슨이 12,13,1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7언더파로 솟구치자 갤러리들의 '열광적 성원'은 극에 달했다. 엘스가 장타력을 살려 15번홀(파5·5백야드)에서 버디를 잡고 다시 1타차 선두로 나서자 미켈슨은 16번홀(1백70야드)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공동선두를 만들었다. 결국 엘스는 8언더파로 경기를 마쳤고,'연장전이냐 우승이냐'의 공은 미켈슨에게 넘어갔다. 이번 대회 '핸디캡 1'의 18번홀(4백65야드). 미켈슨의 어프로치샷이 홀 3m지점에 멈췄다. 공교롭게도 동반자인 디마르코도 비슷한 라인의 4m 퍼트. 디마르코의 퍼트를 눈여겨본 미켈슨의 버디퍼트가 홀 왼쪽 가장자리를 스치더니 컵속으로 뚝 떨어졌고,관중석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다. 미켈슨이 92년 이후 메이저대회 47번째 도전만에 첫 우승컵을 안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마이크 위어에 이어 2년 연속 '왼손잡이'가 우승한 것도 대회사상 처음이다. 우승상금은 1백17만달러. 타이거 우즈(28·미국)는 이날 1언더파를 쳤으나 합계 2오버파 2백90타로 1,2라운드 선두 저스틴 로즈(24·영국) 등과 함께 공동 22위를 기록했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