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들어 민간 기업 등으로부터 사업예산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지원받아 주요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 방식은 지자체로서는 예산절감과 함께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를, 민간 기업들은 이윤의 사회 환원과 함께 대(對)국민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전략'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추세다. 서울시는 내년 9월 복원돼 청계천에 세워질 '삼일교'(가칭) 건설비 전액(추정공사비 26억원)을 우리은행으로부터 기탁받기로 하고 12일 시청에서 이명박 시장과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참여한 가운데 기증식을 가졌다. 서울시는 이번 민간기업에 의한 첫 기증식을 계기로 삼일교외 청계천에 세워질 20개 교량의 건설비도 다른 기업으로부터 기증받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광석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팀장은 "삼일교가 완공되면 기증자를 기리는 동판이나 기념석을 설치할 것"이라며 "20개 교량 건설비 전액을 기업으로부터 기부받게 되면 전체 청계천복원사업비(3천6백억원)의 6분의 1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측은 "삼일교가 3ㆍ1 운동의 시발지로서 민족사적 의의가 큰 교량이어서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건설비를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성동구 뚝섬 퍼블릭골프장을 폐쇄하고 2천5백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내년 5월까지 완공키로 한 '서울 숲' 조성도 기업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5일 시민과 단체, 기업이 낸 기부금 7억5천여 만원으로 1차로 나무심기 행사를 가진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정기적으로 봄ㆍ가을에 걸쳐 기업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행사를 갖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기업의 자율 참여를 유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SK㈜로부터 울산시 남구 신정동 일대 1백10만평 부지에 대공원을 조성, 기부받기로 했다. 대구시도 지난해 "기업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문화공간을 기증하겠다"는 제일모직의 뜻에 따라 '대구 오페라하우스'(대구 칠성동)를 기증받았다. 경기도 이천시의 경우 샘표식품이 공장 일부를 갤러리로 개조, 시민들에게 개방키로 했고 한솔제지는 66년 이후 지금까지 4천3백만 그루의 나무를 공장이 있는 전라북도를 비롯 전국 각지에 심어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