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시는 호황세를 타고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년만에 900선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량 기업들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등 신이 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딴판이다.


주가관리 배당확대등에 대한 압력은 물론 주주들의 지나친 경영권간섭 현상까지 나타나자 공개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증시의 역할과 비중이 날로 축소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인 셈이다.


◆기업공개(IPO)를 꺼리는 기업들


증시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가 기업공개다.


기업들은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시장 등록을 통해 자금을 조달,신규 사업 등에 투자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기업공개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우량기업들이 주로 몰려있는 거래소 시장에선 지난 2000년 이후 신규 상장건수가 매년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올들어서도 3월까지 3건에 불과한 상태다.


주식시장의 1차적인 역할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공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사실이나 기업공개에 따른 직·간접적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집단소송제 도입을 앞두고 거세지는 주주들의 요구나 경영간섭 등은 기업들이 공개를 더욱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상장사 IR(투자자관리)담당자는 "기업공개 과정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비용과 기업공개후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할 배당금,각종 주주관리 비용 등을 합하면 사실상 기업공개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기업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들 중 상장 계획을 접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LG칼텍스정유가 대표적 경우다.


◆회사채 발행시장도 퇴조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도 급감하는 추세다.


금융채와 ABS(자산담보부증권)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의 경우 올들어 3월까지는 전년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이는 채권 수익률이 떨어져 적은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김병철 금융상품운용팀장은 "과거 대우채를 비롯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과 카드채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회사채의 신용 위험도가 증가해 발행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2000년 이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고,설사 신규투자를 하더라도 외부 자금조달보다는 내부자금으로 충당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회사채 발행규모가 급감하면서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줄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발행시장은 물론 유통시장에서도 국채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채권 유통시장에서 국채 비중은 2002년 상반기중 15.9%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46.0%로 급격히 늘어났다.


반면 회사채 유통물량은 지난 한햇동안 전년에 비해 19.4% 줄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