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 회복세와 맞물려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의 관심권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감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그동안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셋톱박스 수요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일찍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서 결실을 거두고 있는 업체에 포커스를 맞추라고 조언하고 있다. ◆햇살드는 셋톱박스 업체=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불황과 저가브랜드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휘청거리던 셋톱박스 업종에 최근 긍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이영용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 회복세로 디지털TV 등에 대한 수요가 새로 생기면서 셋톱박스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시장의 포화상태도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련업체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지난달 26일 8천9백40원이던 주가가 12일 1만8백원으로 2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륭전자는 4천7백35원에서 5천9백10원으로 24.8% 올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상승률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모처럼 주가가 하락골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의 다양한 시장공략=휴맥스와 현대디지탈텍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휴맥스는 중동지역 최대 위성방송사업자인 아람디지털이스트리뷰션(ADD)사에 1차분으로 8백만달러 규모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공급키로 계약했다. 현대디지탈텍은 중국시장 진출에서 실적 침체의 돌파구를 찾았다. 이달부터 6월말까지 중국 전자업체에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STB) 1만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기륭전자와 청람디지탈은 인공위성을 통해 라디오 방송을 수신하는 디지털 오디오 브로드캐스팅(DAB)시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증권은 최근 "위성라디오 가입자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제품 판매도 늘어난 데 힘입어 기륭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년 연속 적자였던 단암전자통신도 올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종보다는 개별재료 보유주=증권업계에선 "개별 셋톱박스 업체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업종 전반이 상승 무드로 전환되기에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증권 안홍익 연구원은 "업체들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완전하게 바뀌지는 않은 상태여서 주가 상승탄력도 아직은 그리 강하지 않다"며 "최근 주가 강세는 개별 재료에 힘입은 반짝 오름세일 수도 있는 만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셋톱박스 비중만 높이기보다는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업황 부진을 이겨낼 수 있는 업체 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