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장ㆍ증자 등 갈수록 감소] "집단소송ㆍ경영간섭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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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12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들어 증시가 호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주가관리 배당확대 등에 대한 압력은 물론 주주들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상승에도 불구, 기업공개를 포기하는 기업이 등장하는 등 증시가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점차 상실해 가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 기업공개(IPO) 꺼리는 기업들
증시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기업공개다.
기업들은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시장 등록을 통해 자금을 조달,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공개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우량기업들이 주로 몰려 있는 거래소 시장에선 지난 2000년 이후 신규 상장건수가 매년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3건에 불과한 상태다.
주식시장의 1차적인 역할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사실이나 기업공개에 따른 직ㆍ간접적 부담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앞두고 거세지는 주주들의 요구나 경영간섭 등은 기업들의 공개를 더욱 꺼리게 만들고 있다.
한 상장사 IR(투자자관리) 담당자는 "기업공개 과정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비용(주간사 수수료, IR 비용)과 기업공개 후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할 배당금, 각종 주주관리 비용 등을 합하면 사실상 기업공개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LG칼텍스정유처럼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 중 상장계획을 접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 회사채 발행시장도 퇴조
기업들의 또 다른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도 급감 추세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규모는 2년 전에 비해 30% 줄었다.
올들어 3개월간도 전년 동기 대비 30% 줄었다.
금융채와 ABS(자산담보부증권)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이도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김병철 금융상품운용팀장은 "대우채 환매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의 여파로 회사채의 신용 위험도가 증가해 발행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고 전제, "2000년 이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고, 신규투자를 하더라도 외부 자금조달보다는 내부자금으로 충당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도 회사채발행 급감의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줄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발행시장은 물론 유통시장에서도 국채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국채 비중은 2002년 상반기중 15.9%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46.0%로 크게 늘어난 반면 회사채 유통물량은 지난 한햇동안 전년 대비 19.4% 줄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