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안무가 사샤 발츠(41)는 피나 바우쉬 이후 독일 무용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다. 그녀는 무용예술과 일상생활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머스 커닝햄(미국)의 전통을 이어가지만 신세대적인 도발적 안무와 치밀한 구성은 그녀만의 독보적인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사샤 발츠가 야심작 '육체(Bodies)'로 오는 29일부터 5월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움직임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탐색을 담은 '육체'는 에든버러 페스티벌,베를린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축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사샤는 공격성과 관능,독창성과 상상력,유머와 두려움 등을 통해 '인간의 몸'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 속에는 인간 육체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성형 풍조와 장기 매매,유전자 조작과 복제,성적 차별 등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반복되는 인간 신체의 구성과 해체를 통해 몸 자체를 적나라하게 해부해 보이며 육체의 끝없는 신비를 대담하고 현란하게 그려낸다. 갖가지 이미지들을 쏟아내며 에피소드처럼 나열되는 장면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검은 벽 한가운데 밝은 조명으로 부각된 유리상자(사진).이 속에서 인간의 몸은 마치 해부실에서 나온 듯 조각조각 해체된 채 비쳐진다. 해체된 몸이 부유하는 수족관은 나치시대 유대인 수용소의 다큐 사진처럼 역사의 어두운 흔적들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해부학 표본실의 유리관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작품에 대해 "두 명 무용수의 몸이 같은 움직임으로 '하나의 신체'가 되는 것은 마술 같다. 사샤처럼 인간의 육체를 치열하게 탐구하고 파헤친 안무가는 없다"고 평했다. (02)2005-0114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