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만으로 70여년 간 쌓아온 노하우를 앞세워 만리장성을 뛰어 넘겠습니다." 3대에 걸쳐 신발산업 외길을 걸어온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베이징에서 'HBN'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등산화를 출시하고 현지 시장에 뛰어든 한비산업의 창업 3세대인 이완규 톈진법인장(34). 이 법인장은 "살로먼, 라이크 같은 세계적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해온 경험이 중국 시장 진출에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한비산업은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조만간 미국과 일본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시장에는 이미 HBN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 법인장은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귀국해 부친인 이용구 회장(63)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았다. 지난 2002년 톈진법인장으로 발령받아 중국으로 건너갔다. '만물표 고무신'으로 잘 알려진 경성고무를 창업했던 고 이만수 전 회장이 그의 할아버지. 한비산업은 이 전 회장이 1938년 설립한 한국의 최장수 기업 중 하나다. 한비산업은 지난 91년 톈진에 공장을 설립, 인천공장 설비를 대부분 옮겼으며 등산화와 캐주얼화를 하루 1만켤레 정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톈진법인에서만 4천3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중국 공장에서 처음으로 첨단소재인 고어텍스 사용 인증을 받을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 법인장은 "중국만큼 인건비가 싸고 노동의 질이 좋은 곳은 없다"며 "그러나 상품기획 능력은 아직 한국에 크게 뒤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신발산업에 지식적 요소를 결합하면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아직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등산화 시장은 한국의 10분의 1이지만 10년 후에는 한국의 10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지식경쟁력으로 무장해 대륙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