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안개 속' 형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오리무중'인 판세 속에서 각 당은 마지막 변수들이 득표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각 당 선거캠프는 유권자들의 3분의1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부동층, 30~40대 표심의 향방, 군소정당의 약진 여부 등을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늘어나는 부동층=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후보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채 '떠도는' 부동층이 25∼3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탄핵정국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줄어들었던 부동층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정당들로선 부동표의 향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일단 부동층 증가는 열린우리당엔 손해,한나라당엔 이득이 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층으로 돌아선 표 중 상당수는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동층의 증가추세가 계속될 경우 투표율도 낮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투표율 역시 열린우리당으로선 악재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전격적으로 선대위원장을 사퇴하고 국민들에게 "의회쿠데타 세력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키를 쥐고 있는 30∼40대=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유권자 중 30대는 24.9%(8백87만명),40대는 22.8%(8백12만명)로 집계됐다. 30∼40대가 총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47.7%나 된다는 얘기다. 자연 이들의 성향에 따라 총선 판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척추'에 해당하는 30∼40대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안정을 희망하는 이중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여론조사기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따라서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는 한나라당과 자민련,'민주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 등 각 정당은 이들의 마음을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40대 중 상당수를 지지자로 보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들이 투표소로 향할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선전 여부=탄핵역풍으로 지지율이 한때 3%까지 곤두박질쳤던 민주당은 최근 '추풍(秋風)'으로 기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민노당은 최소 10명 이상의 원내 진출을 자신하며 제3당으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표가 늘어난다면 열린우리당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이날 "민노당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는 이제 더 이상 안된다"며 '전투'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