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12) 경기도, 기업체 전용道 건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자유치를 위해 도로를 만들어라.'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미국 델파이 한국법인(델파이코리아)은 2천3백만달러를 들여 한국에 연구소(KTC)를 짓기로 하고 작년 7월부터 부지 물색에 나섰다.
델파이는 수도권에서 부지확보가 쉽지 않자 마침 한 국내기업이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에 짓고 있던 연구소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연구소가 진입도로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최종 결심을 미루고 있었다.
델파이가 진입도로 용지로 지목한 땅은 한국도로공사가 영동고속도로 확장용으로 확보해놓은 것이어서 우선 매입승낙을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매입비용으로 수십억원이 들어간다는 보고에 델파이 미국 본사는 한국의 연구소 설립 자체를 망설였다.
이런 정황을 보고 받은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어떻게든 델파이를 붙잡자'며 용인시와 함께 땅 소유주인 도로공사와의 협의채널을 만드는 한편 각종 행정 지원을 서둘렀다.
이와함께 델파이에 대해선 "경기도가 도로부지를 매입해서라도 진입로를 만들어주겠으니 믿고 투자해 달라"며 신뢰감을 심는데 주력했다.
경기도의 읍소에 가까운 설득에 한국도로공사도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델파이는 '경기도를 믿고 투자하겠다'며 연구소 건립을 결정했다.
연구소는 현재 공사 중이며 오는 7월에 준공된다.
김상효 델파이코리아 상무는 "요즈음 지자체 공무원들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 뒷짐지고 있던 공무원들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델파이코리아는 1989년 7월1일 설립, 현재 6개의 합작사와 1개의 자회사에 약 4천3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삼성반도체와 협력업체들이 이용하는 경부고속도로 기흥 톨게이트의 정체문제를 해소시켜 준 것도 경기도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들기'의 성과품이다.
기흥 톨게이트를 이용해 용인 시내나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으로 가는 길은 90도에 가깝게 급격하게 굽어지는 등 도로 구조가 아주 기형적이다.
출퇴근 때는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데만 30분씩 걸리는 등 체증도 극심해 민원이 제기돼 왔다.
경기도는 이같이 열악한 지역 물류여건 개선을 위해 계획에도 없던 '톨게이트에서 삼성반도체 방향으로' 새 도로를 서둘러 개설키로 결정, 오는 6월 말 완공할 예정이다.
삼성반도체 관계자는 "경기도의 협조로 삼성은 물론 주변 협력기업의 물류 및 직원 출퇴근시간 단축 등으로 경쟁력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기대된다"며 환영했다.
지자체가 공장진입로 민원을 서둘러 해결해준 덕분에 폐쇄위기에 몰렸던 회사를 살린 경우도 있다.
화성시 소재 자동차에어컨부품업체인 ㈜신태양 등 15개 제조업체들은 공장진입로로 사용해 오던 땅이 외지인에게 팔리면서 진출입이 막혀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이 소식을 접한 경기도는 지난 3월 "길은 도청에서 해결해 드릴테니 기업을 잘 해서 1명이라도 근로자를 더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24억원을 들여 폭 10m, 길이 8백m의 우회도로 개설에 착수, 내년 6월에 완공할 계획이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