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10년전 악몽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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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년 전 겪었던 경제위기의 악령으로 떨고 있다.
현재 경제현상이 투자과열->단기 초인플레->공급과잉에 따른 장기디플레 등으로 이어졌던 지난 1992~96년 상황의 초기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성장엔진'으로 여겨져 왔던 중국경제가 고열을 동반한 몸살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15일 발표될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9.5%에 이를 전망이어서 중국 정부의 연착륙 노력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 10년 전과의 비교 =두 시기 모두 투자가 경제불안의 발단이다.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은 작년 26.7%에 이른데 이어 올 1∼2월 53%로 높아졌다.
특히 철강(1백72% 증가)과 시멘트(1백33% 증가) 분야 투자가 급증했다.
투자 붐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 수년 동안 '제로(0)%' 수준이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6% 오른 뒤 올해는 3%에 육박할 전망이다.
92년 당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일시에 투자가 몰리면서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37.6%를 기록, 문제가 시작됐다.
당시에도 철강과 시멘트가 투자 증가의 최대 요인이었다.
91년까지만 해도 3%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년부터 급등, 94년에 무려 24.1%에 달했다.
지방정부가 과열투자의 원인이라는 점도 같다.
올 1∼2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프로젝트의 투자증가율은 12.1%인데 반해 지방정부 프로젝트는 64.9%에 달했다.
지난 92년 중앙정부의 투자증가율은 20%대였던데 비해 지방정부 증가율은 50%선을 넘어섰다.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지방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연착륙 가능할까 =중국 정부는 부동산대출 억제, 은행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상, 토지개발 허가 억제 등 투자진정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93년 실시했던 대책과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0년 전에는 이 정책으로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졌고, 민간기업 및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인플레보다는 장기적인 디플레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전업계가 10년 전 과잉투자 여파로 지금도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게 이를 보여준다.
현재 중국의 6백개 주요 상품 중 80%가 공급과잉이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공장이 2∼3년 후 각종 제품을 쏟아낸다면 디플레 압력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의 중국경제 애널리스트인 시에궈충은 "지금의 상황은 10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며 "중국 정부가 급브레이크를 걸 경우 투자사업 위축에 따른 기업손실, 금융부실 급증, 버블붕괴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이 분야 자금이 물려있는 금융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