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일류상품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일류상품 수가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류상품 수가 중국의 14분의 1, 일본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점이 말해주듯 전통산업에서는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고, 고부가가치 상품에서는 기술과 브랜드 열세로 일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일류상품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갈수록 경합분야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위기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일류상품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수출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로 수출의 내용을 뜯어보면 반도체 휴대폰 등 특정 품목에 힘입은 바 크고, 중국 등 일부 시장에 편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부환경 변화에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는 수출구조인 셈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 2001년부터 세계 일류상품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지원제도를 운용하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술 디자인 브랜드 개발은 물론이고 해외 마케팅과 국가이미지 개선 등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갖춰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 특히 일본의 벽을 넘어 일류상품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기업의 도전정신과 과감한 투자다. D램 반도체나 TFT-LCD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일류상품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기업의 투자부진은 정말 걱정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은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 기업투자를 되살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총체적인 대응이 절실하다.